Blockchain 시리즈 – 머신러닝과 블록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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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박사 논문은 은행 네트워크에 외부 충격이 와서 1 or 2개 은행이 그 직격탄을 맞고 (예시. 2008년 Bear Sterns와 Lehman Brothers), 그 때 파산하는 은행과 직접 금융거래로 묶여 있던 다른 은행들이 그 충격을 어떻게 흡수하고, 은행 네트워크 속에서 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다른 제3, 제4의 은행들이 그 충격을 어떻게 피할까, 그런 위험을 계산식에 넣으면 기존의 은행 가치 평가 기준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연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번 포스팅 기준으로 윗 요약글의 핵심 단어는 “은행 네트워크, 직접, 간접, 충격 흡수, 위험을 계산식에 넣으면” 이라는 단어다.

(Source: meme)

지난 몇 달간 “비트코인 대박, 쪽박”이 언론에 오르내린 덕분인지 블록체인이 새로운 Buzzword로 부상하면서, 갑자기 “코인”이라는 단어가 안 들어가면 스타트업 펀딩을 못 받는다는 둥, “코인”을 모르면 스타트업계 사람이 아니라는 둥의 또 어이없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ICO*한다고 소문을 내고 다니고, 저렴할 때 미리 사놓고 나중에 비트코인처럼 대박나면 돈 벌어라는 식으로들 필자를 “꼬시는” 사람도 생겼다.

*ICO: 주식공개 (IPO)의 가상화폐 버전, 코인 거래 시장에 신규 상장하는 코인을 말한다.

뭔가 여의도 증권사에서 세일즈하는 사람들이 IPO하는 주식 물량을 다 소화해야되니 돈 있는 사람들 쫓아다니며 얼마씩 투자하면 나중에 큰 돈 된다고 “썰”을 푸는 것 같은 느낌이 좀 많이 든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저런 식의 세일즈 하는 사람들 중에 가상화폐의 핵심인 블록체인이 무슨 기술인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1. 블록체인의 시초 – 외환 송금

블록체인을 좀 (많이) 간단하게 설명하면,

A. 둘이 서로 거래하고,

B.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C. 그 거래를 다른 사람들이 다 승인하고,

D. 승인 내용을 다른 사람들 블록 안에 기록하고,

E. 승인하고 기록한 블록들에게 수수료를 지불하는 시스템

F. 수수료를 “가상화폐”로 지불

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Source: SpotCrime)

제일 먼저 이 시스템을 이용하려고 했던 서비스는 외환 송금이었다. 국가 A에서 국가 B로 송금하려고 할 때, 화폐가 다르기 때문에 환전을 해야하는데, 환율은 국가 A의 외환 시장에서 뿐만 아니라 국가 B의 외환시장에서도 독립적으로 결정된다. 문제는 국가 A의 은행a가 국가 B의 은행b로 송금할 때, 각 국별로 외환 담당하는 은행을 우선 거쳐야하고 (한국은 국민은행과 외환은행), 국가별 중앙은행을 거쳐야하고 (대량 외환 유출로 IMF 구제금융 시즌 2가 일어나는걸 한국은행이 가만히 둘리가…), 또 국제 결제 시스템인 스위프트 (SWIFT)를 이용한다. 스위프트는 국제적인 은행연합체(BIS)에 의해서 관리된다. 이게 40년 전에 구축된 시스템인데, 해외 송금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시간도 하루, 이틀 걸리고, 은행 수수료도 만만치 않다. (요즘은 많이 저렴해지긴 했지만…)

이렇게 시간이 걸리다보니 은행들은 가격 변동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항상 금융시장에서 헷징 (Hedging)을 한다. 환율이 변동된 부분만큼 보상을 받거나, 차익을 지불하는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덕분에 한국에서 해외직구로 카드 결제를 하고나면, 월말 카드 명세서에 총 거래 금액의 0.2% ~ 0.35% 정도에 해당하는 헷징 수수료를 청구해놓은 걸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걸 블록체인으로 해결하면 송금 자체를 훨씬 빠르게, 그래서 헷징 수수료도 훨씬 적게 들도록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필자가 2016년 초에 실리콘 밸리 일대에서 해외 송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스타트업들을 여러개 봤었는데, 사업 내용이 세부적으로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로 블록체인을 이용해 여러개의 Entity가 동시에 외환 거래를 보증하는 방식으로 스위프트를 대체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거래를 승인해주고 기록한 주체들이 그 금전거래가 문제가 생길경우 책임을 지는 반대급부로, 수수료를 받는데, 그 수수료가 얼마전까지 광풍을 불어왔던 가상화폐로 지불되는 시스템이다.

 

2. 네트워크 이론

블록체인은 결국 중앙집권적인 SWIFT 시스템 대신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세계 곳곳의 은행들이 거래를 승인하는 방식을 말한다. 한 명의 독재자가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 여러명의 책임자들이 공동 정부를 구성하는 방식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네트워크 이론에서는 앞의 경우를 Star Network라고 부르고, 뒤의 경우를 Mesh Network라고 부른다.

(Source: Study.com) – 로고에 가려진 네트워크 이름은 “Tree”다.

필자가 논문쓸 때 주로 봤던 네트워크는 작은 나라에서 중앙은행을 기준으로한 은행 시스템을 보여주는 Star Network, 유럽 연합(EU)처럼 여러나라를 넘나들며 사업하는 은행들이 또 서로 엮어있는 Hybrid (또는 Complete)를 기준으로 연구를 했고, 공부하던 당시에 Ring Network를 기준으로 수학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경우, Mesh의 부분 부분만 끊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들에 대한 논문을 봤었다.

블록체인이 구성되려면 Mesh형 네트워크가 일시적, 부분적으로 Star형 네트워크로 전환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바로 맞닿아 있는 Entity가 2, 3개 밖에 없는데, 최소한 5개 이상의 다른 Entity가 거래를 승인해야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 때는 바로 맞닿아 있지 않지만, 그 거래를 “전해들을” 수 있는 2-step 떨어진 Entity에게 통보를 보내서 5개의 Entity를 맞춰야 한다. 이래도 부족하다면? 3-step, 4-step으로 신호를 보낸다.

그래도 부족하다면? 수수료를 올려야한다. 이 때 보내는 수수료가 바로 “가상화폐”들이다. 이 때 발생할 수 있는 좀 위험한 경우의 수들을 한번 따져보자.

A. 그렇게 승인을 해줬는데, 거래 오류가 발생해서 거래 쌍방 중 한 쪽이 손해를 봤다면? 당연히 수수료를 받았던 Entity들이 보상을 해 줘야 한다. 승인해주면서 받았던 “가상화폐”들로.

B. 서버가 다운되어서 거래 내역이 완전히 삭제되었고, 다시 데이터 복구를 해야하는 상황이라면? 결제할 때 보증해주면서 기록을 남겼던 다른 Entity들이 기록을 공유해줘서 서버 데이터를 복구시킬 수 있다. 당연히 수수료를 줘야 한다.

C. 내 블록에 기록해놨던 다른 Entity들의 기록이 다 지워졌다면? 기록을 복구하고 싶으면 같이 승인에 참가했던 Entity에서 기록을 넘겨받고 수수료를 주거나, 아니면 복구를 포기해야 한다.

여러 Entity들이 C의 상황을 겪은 바람에 A처럼 손해보는 Entity가 생기면 어떻게 될까? 기록이 남아있는 블록에 의존해서 문제를 해결한다. 위에서 승인하는 Entity가 5개라고 했는데, 모든 블록들이 다 데이터 손실이 있을 경우도 생기기 때문에 (ex. 바이러스), 거래를 직접 승인한 블록만 그 정보를 저장하는게 아니라, 승인한 블록과 연결되어있는 2차 관계자, 3차 관계자들에게도 같은 정보를 저장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끝으로, 내 블록에서 처리된 거래내역들을 갖고 있었어야 거래 오류로 손해 본 부분에 대한 보상을 요구할 수 있으니 당연히 B의 경우에도 수수료를 주고 데이터를 복구시키려고 할 것이다.

다들 “가상화폐”나 “코인”이라고하니 무슨 돈 거래인 것처럼 생각했겠지만, 사실은 거래 정보를 승인하고 기록하는 탈중앙화된 시스템이 작동하도록하는 “게임 시스템 머니”라고 보는게 옳다. 물론 그 “코인”이 실물로 전환이 되어야 정말 “머니”가 되는 거겠지만.

 

3. 블록체인 열풍과 머신러닝

어쩌면 “(비트)코인 열풍”이라고 쓰는게 더 맞지 않을까 싶다. 몇 달 전엔 “머신러닝이나 딥러닝으로 비트코인 가격 예측할 수 있지 않냐”는 연락도 받아봤고, 요즘 잘 모르는 스타트업들이 너도나도 코인 대열에 끼어들고 있다. (한국에서도 벌써 3개나 봤다.) 다들 ICO한다고 언론 플레이를 하는 걸 보는데, 과연 몇 명이나 저런 네트워크 모델을 이해하고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좀 큰 Question mark를 던지고 싶다.

(Source: VentureRadar)

비트코인의 사례에서 봤듯이, 네트워크가 복잡해지면 블록간 결합, 정보 전송, 분리를 유기적으로 빠르게 처리하는데 굉장히 많은 시스템 자원이 필요하다. 당연히 계산 모듈도 좋아야하고, 또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네트워크 모델적인 아이디어와 코드 구성적인 아이디어가 동원되어야 하는데, 한국에서 ICO를 하겠다는 스타트업 대표들 중에 필자가 납득할만큼의 수학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을 아직 못 만나봤다. (심지어 셋 중 한 회사 대표는 고교 정석책 수준의 교양 수학 서적도 이해 못 하는 사람이었다.)

사실 머신러닝의 Neural network (일반에 딥러닝으로 알려진)를 이미지 인식이나 음성 정보 처리같은데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 프로젝트로(copy & paste로) 본 사람들의 눈에 블록체인이 수학의 네트워크 모델이고 Neural network와 접점이 있다는 인식이 쉽게 와 닿을 것 같지는 않다. 언제나 모든 지식은 아는 만큼만 보이는 법이니까.

(Source: Hopfield network)

Neural network를 one-way로 푸는 방식말고, Hobfield network로 푸는 방식을 본 사람들이라면 블록체인의 네트워크 구성방식이랑 굉장히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위에 예시로 든 Hobfield 그림을 보면, Mesh나 Hybrid (or complete) network와 유사한 네트워크라는 걸 알 수 있다. 말을 바꾸면 네트워크 전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데 필요한 계산의 일부분을 머신러닝의 Neural network로 쓸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려면 오른쪽의 Network 그림보다 왼쪽의 행렬식에 집중하는 편이 더 좋을 것 같다. 결국 Neuron을 잇고 있는 Node들에 들어가는 가중치(Weight)는 행렬의 숫자들로 표현되고, 위의 계산도 필자가 반복적으로 주장하듯이 Network 계산은 행렬 계산이 되어버린다. 고교 수학에 나오듯이, 행렬은 중학교 때 배운 방정식 계산을 위한 도구라는 점을 기억해보면, 결국 블록체인 모델링의 기초를 우리네 중, 고교 수학에서 다 배웠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렇다고 네트워크 이론을 몰라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ㅎㅎ)

어차피 Neural net 기반의 머신러닝 모델이건 Hobfield net 기반의 블록체인이건 실제로 적용하는 작업에 필요한 계산은 최적화(Optimization)다. 이걸 개발자 스타일로 “새로 나온거야? 어떻게 쓰는거야?”라고 물으면서 Copy & Paste를 하는게 맞을까, 아니면 기본적인 수학 개념들을 이해해서 두 개의 기술 모델이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이해하는게 좋을까?

 

나가며

가상화폐라는 것은 블록체인 시스템이 돌아가도록하는 도구이지, 그 자체로 화폐를 대체하는 수단이 되는데는 한계가 있다. 이전 글에서도 밝혔듯이, 화폐의 가치는 보증해 주는 기관의 신뢰도에 달려있는데, 탈중앙집권적인 대부분의 가상화폐는 생성방식에서 이미 보증기관을 배제하고 시작한다. 결국 특정 시스템 내부적으로만 인정받는 화폐가 될 것이고, 그 가치는 시스템이 잘 돌아가는지의 여부와 실물 화폐로 연동되는 창구에서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라고 본다.

요즘 몇몇 회사들이 진행하는 ICO는 아예 한 발 더 나가서 그냥 코인 찍어내고 돈을 받는, 봉이 김선달 식의 판매같은 느낌도 든다. 주식이라면 회사 소유권을 갖게되는거지만, ICO로 받은 코인은 그 코인이 다른 실물화폐와 일정 비율의 교환 가치를 가질 때만 진정한 가치를 가지게 된다. 물론 아무도 그 교환 가치를 보증해주지 않는다. 돈이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비트 코인처럼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는 (맹목적인) “기대”가 있기 떄문일 것이다. 정말 “기대”대로 가격이 폭등할까?

(Source: B’ZUP) – 테라노스의 급성장도 실제 기술에는 관심없고, 투자금액(과 CEO의 미모?)에만 열광했던 비전문가들이 만들어낸 투기판이었다

“코인”한다는 사업모델을 찾고 있는 투자자들, 코인에 일찍 투자해서 큰 돈을 벌고 싶은 ICO 매니악들에게도 같은 말을 하고 싶다. 실물 화폐가 유의미한 이유는 경제 시스템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하는 윤활유이기 때문이다. 짐바브웨나 아르헨티나처럼 정부가 외환 부채 갚겠다고 돈을 막 찍어내면 초 인플레로 경제 시스템이 망가지고, 국민들이 그 나라 화폐 대신 달러, 유로, 엔 같은 안정적인 가치의 대체 화폐를 찾는다. 가상화폐들의 운명도 그 가상화폐를 사용하는 시스템이 얼마나 잘 돌아가는지에 달려있지, “광풍”에 달려있지는 않다.

사업 모델이 구체적으로 갖춰지지 않은 회사가 찍어낸 ICO를 구매해놓고 “대박”이 나기를 기대하는건,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과 다를게 하나도 없다. 화려한 용어만 가득 들어간 백서(White Paper) 하나 만들고 ICO하겠다는 회사들 중에 그 백서의 내용을 구현하기는 커녕 제대로 이해하는 회사는 과연 몇 개나 될까?

“광풍”을 몰고 온 메뚜기 떼가 지나간 벌판은 쌀 한 톨도 남아 있지 않는 폐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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