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ckchain 시리즈 –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본 비트코인

몇 달 전에 뜬금없는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중략)

Q: 요즘 새로 나온 딥러닝이라는 알고리즘을 금융데이터에도 적용할 수 있나요?

A: (어휴.. 또 시작했네) 딥러닝을 뭐라고 생각하시는데요?

Q: 그 뭐… 알파고에도 쓰고, 인간보다 더 뛰어난 인공지능 아닌가요?

A: (최소한 당신보다는 더 뛰어난 것 같습…) 무슨 금융데이터에 적용하실려구요?

Q: 아니… 이런거 적용해서 돈 벌어야죠.

A: 금융상품의 가격은 파이낸스 모델로 계산합니다. 딥러닝이 거기에 왜 필요하죠?

Q: 주식에도 적용한다던데, 요새 비트코인도 뜨고….

A: 죄송합니다만, 전화 끊겠습니다.

Q: 아아~ 그런게 아니라, 이런걸로 용역을 하나 발주해볼까 하는데…

A: 정말 죄송합니다. 전화 바로 끊겠습니다.

이런 종류의 전화를 지난 몇 달 동안 대략 10통 정도 받은 것 같다. 보통은 딥러닝 어쩌고 그러면 그냥 죄송하다고 끊고, 용역 어쩌고 그러면 정말 죄송하다고 긴 말없이 바로 끊는다. 저런식으로 딥러닝이라는 단어에 대한 환상에 빠진 사람들에게 뭔 설명을 해준들 알아먹을리가 없다는 것도 벌써 몇 년째 보고 있기도 하고, 전화기 붙잡고 가르쳐 줄 시간도 없다. 최소한 필자의 블로그 글 몇 편이라도 읽어봤으면 무턱대고 저런 전화를 안 걸텐데, 대화의 거의 첫 머리부터 저런 말이 나왔다는 건 블로그 글을 안 읽었거나,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른다는 증거겠지. 글을 읽어보지도 않는 무례한 사람들이나,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못 알아먹는 사람들에게 왜 필자가 시간을 써야하나?

필자가 장기간 반복적으로 말한대로, 딥러닝이라고 불리는 모델은 그냥 신경망 모델이 좀 복잡해진 것에 불과하고, 신경망 모델은 기본적인 회귀분석 모델을 중첩한 것에 불과하다. 데이터가 랜덤인데도 불구하고 랜덤 속에서 패턴을 찾아내는 마술이 아니라, 단순히 찾기 어려운 패턴을 찾아주는 여러가지 모델링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돈 벌려고 이런 “용역”을 넙죽 받은 사람이 있을지도…)

저렇게 딥러닝이라는 단어에 현혹될 수준으로 밖에 모르는 아주 사고의 수준이 얕은 사람들이 1-2년 전만해도 주식시장에 적용하면 “MBA 나온 펀드 매니저” 없이도 돈을 벌 수 있는 “로보 어드바이저”를 만들 수 있다고 헛소리를 읊어대더니, 요즘엔 또 비트코인 광풍이 불면서 비트코인도 딥러닝을 적용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소리를 하고 다니는 것 같다. (MBA에서 2년간 파티하고 골프치고나면 갑자기 투자를 더 잘하게 된다는 그 어이털리는 논리는 나중에 이야기하자…하아…)

 

안 되니까 안 된다고 하는거지

장기간의 유학 생활을 끝내고 정말 오랜만에 한국에 돌아왔던 무렵, 막 사업하겠다는 학부시절 친구 하나를 만나게 됐다.

Q: 야, 그 알파고에 썼다는 딥러닝이라는거, 그거 주식 가격 예측하는데도 쓸 수 있지 않아?

A: 어차피 다 통계 모델들이니까 어디든 다 쓸 수야 있겠지. 포인트는 주식 가격 예측하는데 무슨 데이터 쓰느냐 아니겠냐.

Q: 그 여의도에 가면 기술적 분석 하는 사람들 있잖아, 이동평균선 같은거 보고, 물량 같은거 보고…

A: (손을 가로 저으며) 과거 데이터로 미래 데이터 예측하겠다는거네? 그럴려면 주가에 랜덤 Noise가 별로 없어야 되는데, 정작 주가 수익률은 정규 분포야. 빼박 랜덤이라는 이야기지. 다른 데이터 쓰겠다면 몰라도, 그건 안 될꺼 같다. 운 좋게 한 두번은 맞을지 몰라도.

Q: 아니, 그럼 알파고는 어떻게 이세돌을 4번이나 이겼냐?

A: 그거야 바둑 데이터가 랜덤이 아니라, 포석이라는게 있고, 이길려면 나름대로 전략이 있고 그러니까, 그 데이터들을 일정한 패턴으로 인식한 다음에, 패턴 중에 제일 좋은 결과값 주는 걸 계산했겠지. 게임이론 할 때처럼 마지막 stage부터 거꾸로 역산하면 현 시점의 승률 같은거 예측할 수 있잖아.

Q: 그게 주가 예측에는 안 되냐?

A: 주가 수익률은 정규분포고, 정규분포는 랜덤아니냐. 너 학부 때 계량(경제학) 안 들었냐?

Q: 아니, 경제통계만 들었어. 딥러닝이랑 계량이랑 무슨 상관있는데?

A: 너 어디가서 우리학교 경제과 출신이라고 하지마라. 쪽팔린다 임마. 둘 다 회귀분석 기반으로한 통계학이야.

Q: 딥러닝은 공학 알고리즘 아냐? 그게 왜 통계학이야?

A: 너 아까부터 느끼는건데, 우리과 공부한 애들이 보여주는 생각의 깊이가 안 보인다. 공대같이 말하네. 딥러닝은 신경망 모델이 다층으로 결합된거고, 신경망 모델은 우리가 학부 때 계량경제학에서 배우는 회귀분석 모델을 여러 개 중첩한거야. y=ax+b 같은 선형방정식으로 표현 못하는 비선형함수를 좀 쉽게 찾아내보려고 하는 일종의 non-parametric 모델이지.

Q: 그렇게 어렵게 말할거 없이, 이세돌을 이길 수 있는 인공지능이 왜 주가 예측에는 적용이 안 된다는거야?

A: 인공지능이라는 것도 결국 패턴찾는 통계 모델이고, 통계 모델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데이터에 패턴이 숨어있어야지. 랜덤인데 어떻게 패턴을 찾냐? 스타(크래프트) 랜덤 종족 고르면 뭐 나올지 어캐 아냐? 아까 저그였으면 이번엔 저그 안 나오냐? 독립사건 몰라?

Q: 그럼 못 하는거야?

A: 과거 주가로 미래 주가 예측하는거 말고, 다른 데이터 찾아봐. 분기 보고서 공시되기 전에 영업 데이터 미리 알 수 있으면 돈 벌겠지. 월가가면 대형마트 주차장 사진 찍어서 매출액 미리 예측하더라.

(채만식의 『치숙(痴叔)』이 생각나는 대화였다. 이걸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학부 동기랑…)

요즘 로보 어드바이저 사업을 하는 회사들 가보면, 위에서 말한 방식의 단순 알고리즘 트레이딩을 로보 어드바이져로 이름만 바꿔 붙여놓은 경우가 많다. 그 중 저런 기술적 분석 기반 모델 아이디어가 가장 잘 반영된 적극 투자형 펀드의 수익률은 링크링크의 기사를 참조하시라. 비트코인이라고 해서 다를게 있나? 어차피 과거 데이터로 그 데이터에서 패턴 찾아서 그대로 미래에도 나타날 것이라는 가정으로 모델 만든다면 비트코인도 다를 바 없다. 근데, 차라리 그냥 주식의 수급만 보고 돈 투자하는게 낫지, 비트코인에는 더 심한 문제가 숨어있다.

 

비트코인 광풍

(Issac Newton, 수학, 우주물리학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세운 천재지만 정작 South Sea 버블에 전재산을 날린…)

비트코인 광풍이 지난 몇 달간 몰아치는 걸 보면서, 박사 재학 시절 갔던 어느 학회에서 거시경제학 논문 발표하던 분이 내린 “자산 가격 버블의 정의”가 문뜩 떠올랐다. 정상 교육과정으로 자산 가격에 대한 공부한 사람들은 누구나 다 공감하겠지만, “합리적”인 자산의 가격은 그 자산에서 얻을 수 있는 현금흐름의 총합이다. 제일 쉽게 채권을 생각하면, 매년 만원씩 주는 채권이 있고, 이자율이 5%에 고정되어 있다면, 그 채권의 최대가치는 20만원이다. (그 채권의 만기가 무한대라고 가정하면)

그 논문에서 자산 버블을 모델링할 때 미래 현금 흐름과 같은 Fundamental로 설명이 안 되는 부분, 자산의 (투기) 수요과 공급으로 가격이 들쭉날쭉한 부분을 버블로 잡아놨더라. 수요가 계속 몰리는데 공급량은 정해져 있으니 가격이 폭등하다가, 더 이상 투입될 돈이 없어지는 시점이 오면 그 가격을 유지할 수가 없으니 결국은 가격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원래 Fundamental로 정해진 가격이 아니라, 투기 수요로 유지된 가격이었으니 가격 하락은 더 큰 하락을 낳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단순히 수요/공급으로 가격이 결정되고 있으면 (엄밀하게 말하면 공급 증가는 미미하니 사실상 수요 중심의 가격 결정), 수요가 어떻게 유입되는지로 가격 예측을 할 수 있을텐데, 광풍의 수요 움직임을 어떻게 예측할까? 합리적인 가치를 계산해서 자산을 구매할지 말지를 결정하는걸 “투자”라고 하고, 수요가 몰리는 걸 보고 따라서 움직이는 양떼식 (Herding behavior) 돈 쏠림을 “과열”이라고 부른다. 과열된 시장을 영어 표현으로 “Irrational exuberance”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한다. 설명이 안 된다는 뜻이다. 설명이 안 되는 수요 광풍을 도대체 어떤 모델로 어떻게 복제해 낼 수 있을까?

딥러닝은 다른거 아니냐고? 수요 광풍이건 뭐건 다 찾아낼 수 있는거 아니냐고? 저 위에 썼듯이, 딥러닝은 신경망 모델을 좀 무겁게 만든거고, 신경망 모델은 회귀분석 모델을 여러개 겹친거다. 그리고 회귀분석 모델들은 패턴없는 무작위 랜덤 데이터에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 Issac Newton이 했던 말을 살짝 바꿔서 쓰면,

“Deep Learning can calculate the movement of stars, but not the madness of men.”

 

가상화폐의 본질적 가치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의 본질적 가치는 크게 두 가지다. 블록체인을 위시한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매개체, 그리고 어쨌든 “화폐”니까 교환가치. 후자인 교환가치는 각국 정부들이 현재 운용하고 있는 자국의 화폐와 교환할 수 있는 지위를 부여해줘야하는데, 유로존 국가들이 유로화 쓰는 식의 큰 정치적 합의가 필요하다. 최소한 경제 사이즈가 큰 나라들 몇 개에서 승인을 해줘야 한다. 이럴려면 가장 결정적인 요건이 그 화폐 가치의 안정성인데 (잘못하다가는 국부가 다 빠져나갈수도 있으니까), 매일 초단위로 가격이 날뛰는 자산에, 언제 거래소가 문 닫을지 모르고, 또 아무런 컨트롤 타워도 없는 화폐에 어느 정부가 교환 가치를 인정해줄까? 그런 정부가 있다면 국민들이 “무능”을 이유로 당장 “탄핵”해야한다. 멋 모르고 승인해줘놓고 조지 소로스 같은 헤지 펀드 장난꾼들한테 공격 당해서 가격 대폭등/대폭락 몇 번 겪고, 국부 왕창 유출되고, 환율 폭등하고, 그렇게 허덕이다가 IMF 구제금융 맞아봐야 정신차릴까?

결국 가상화폐의 핵심적인 가치는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저비용, 고효율로 유지시켜줄 수 있는 블록체인의 가치 밖에 없다. 국내 전자상거래는 일단 제쳐놓고, 국외 거래만 놓고보면, BIS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에서 전세계 외환거래 내역을 보면 알겠지만, 그 금액이 크고, 또 나라별 시차 때문에 생기는 변동성 때문에 수수료가 꽤나 큰 시장이다. 예전에 국제 송금을 최단시간에 할 수 있다는 회사들의 수수료를 보면 거래 금액의 10%를 넘는 큰 금액이었는데, 요즘 블록체인 기반의 여러 스타트업들이 변동성 위험을 스스로 떠 안는 방식으로 수수료를 내재화하면서 0.1% 미만의 아주 낮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걸 본 적이 있다. 아마 이런 경쟁이 한 동안 지속되고 나면 언젠가는 전형적인 Bertrand competition 시장(최저가 가격 경쟁 시장)이 될 것이다. 물론 그 전환기간 동안에는 기술력 있는 회사들이 지대(Rent, 초과이윤에 대한 경제학 개념)를 챙겨먹는 시장이 한동안 형성되겠지.

말을 바꾸면, 세계 화폐 시장이 “통일 -> 분리”되면 될수록 당장은 가상화폐의 가치가 증가하는게 상식적이다. 그런데 브렉시트(Brexit)할 때 가상화폐들 가격이 폭등했나? 전세계 2위 화폐인 유로에서 전세계 5위 화폐인 파운드화가 떨어져 나가고, 런던 금융 시장이 외환거래만큼은 전세계 최대 시장인데, 저렇게 외환 거래 수수료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 거기에 쓰일 핵심 기술의 가치는 맞춰서 증가했나? 브렉시트 발표와는 관계없이 비트코인은 매일같이 단순한 널뛰기를 반복하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결국 시장이 가상화폐의 블록체인 시장 내 가치를 그렇게 대단하게 인정하고 있지 않다는 좋은 증거라고 생각하는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 (물론 비트코인같은 초창기 가상화폐가 아니라, 더 발전된 기술로 만들어낸 가상화폐는 또 다른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열어놓는다.)

 

서민의 꿈? 한탕의 꿈!

가깝게 지내는 지인이 비트코인에 “물렸다”며 울상이더라. 정부가 신규 유입을 막는 식의 “사회주의” 정책을 펼쳐서 “서민의 꿈”을 짓밟는다는 역성을 내던데, 밥먹다 체할 것 같아서 화제를 돌렸지만, 보시라고 한 두마디 달아본다.

신규 유입을 막는다고 가격이 폭락하는 자산은 수요/공급에 의해서 가격이 움직이는 자산이니, 저 위의 정의에 따르면 “버블”이 낀 자산이다. 단적으로 부동산 거래에 세금 폭탄을 때려놓으면 다른 투기 과열지역 (ex. 세종시) 아파트 가격은 떨어져도 서울 강남의 집 값은 어지간해서는 안 떨어진다. 대한민국 부촌의 상징이라는 내재가치가 그 가격을 지탱해주기 때문이다. 신규 유입을 막는 정부 정책은 이미 물린 사람들은 빨리 팔고 나오고, 안 물린 사람들은 더 이상 피해보지 말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정책이다. 더 빨리 이런 액션이 취해졌었으면 좋았을 것이고, 아마도 정부라는 조직이 뭐 하나 결정하는데 느려터진 조직이라 시간이 많이 걸렸으리라 짐작한다. “서민의 꿈”이라는 단어는 아마 “한탕의 꿈”라는 단어로 바꿔야될 것 같고, 버블이라는 걸 알면서도 뛰어든 자신의 주체못하는 욕망을 탓해야하지 않을까? 그게 버블이라는 것도 몰랐다면, 그 정도 지식 수준으로 투자(Read 투기)한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해야지. 가만히 놔뒀으면 “서민의 꿈”을 부르짖던 당신들 자신이 IMF 구제금융 Ver. 2를 일으킬 장본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지난 몇 달동안 비트코인 가격 폭등을 대부분 한국의 몇몇 젊은이들이 이끌었다는 외국 언론의 보도에 비춰볼 때, 외국인이 소유했다가 고가로 팔린 비트코인들을 한국인들이 매수했고, 이걸 더 비싼 가격에 못 판다면 결국엔 한국인들이 그 손실을 떠 안아야 할 것이다. 위에서 말한대로 이 상품의 내재가치가 없고 수요/공급으로만 가격 상승이 이뤄졌다면 언젠가는 버블이 터지지 않을까? 그 때 그 손실은 누가 떠 안아야 할까? 차라리 지금 약간 손실보는게 국가적으로는 덜 손해가 아닐까? 한국인들이 더 이상 시장에 진입하지않고 이탈자가 늘어나면 비트코인 가격은 광풍 이전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다. 수요/공급으로 움직이는 시장이니 수요가 빠지면 당연히 가격이 빠지겠지.

그리고 자본주의 국가에서 시장에 개입하는 정부가 어딨냐는 X소리는 또 뭐냐… 자본 시장 규제 안 하는 국가 없고, 한국 같은 나라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갈까봐 여러가지 방어막이 잔뜩 갖춰진 나라다. 버블이 터지면 책임은 누가지는데? “서민의 꿈”을 외치는 당신들이 그 버블의 후폭풍을 다 책임질 수 있나?

필자가 정부에 불만이 한 가지 있다면, 이걸 왜 이렇게 늦게 규제했는지에 대한 아쉬움 정도 밖에 없다. 나라가 크고 시장이 이런 금융 버블 충격을 잘 흡수할 수 있으면 큰 상관이 없겠지만, 우리나라같은 소규모 개방경제는 버블 하나 터지면 국민 경제에 치명상을 입는다. 더 늦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완전 거래 정지가 아니라 단계적인 절차를 밟을만큼 시장 충격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 한국 정부가 1997년이나 2007년 대비 훨씬 더 버블에 대처하는 경험치가 쌓인 티를 내고 있다는 사실에 그나마 위안을 삼을 뿐이다.

몇 년 지나고 나면, 1997년에는 아시아에서 국가 단위로 단기채에 과잉 의존하는 도박을 했고, 2007년에는 미국 월가 대형은행 단위로 서브 프라임이라는 상품을 발행하면서 도박을 했고, 2017년에는 한국의 개미 투자자 단위로 비트코인이라는 실체없고 기술력 낮은 가상 화폐에 돈을 붓는 도박을 했다는 평가가 내려질 것이다. 이렇게 갑작스레 생긴 버블이 터지면 나라가 몇 년 동안 겨우겨우 끌어올린 GDP가 한번에 몇 %씩 빠져나간다. 그 손실을 결국에는 국가가 다 떠 안기 때문에 중앙은행을 Lender of last resort (최후 대부자)라고 부르고, 그 손실을 국가가 다 못 떠 안으면 그 나라는 IMF 같은 기관에 구제금융을 신청해야한다. 1997년에 봤듯이 매우매우 굴욕적인 조건으로. 캐나다의 속지가 되어버린 Newfoundland처럼 극단적으로는 나라가 망하고 다른 나라에 팔리는 경우도 있다.

몇 년쯤 지나면 거시경제학 교과서에 버블의 예시로 네덜란드 튤립 대신 한국 젊은이들의 비트코인 광풍이 나올 것 같다. LSE에서 공부하던 시절 만난 네덜란드 친구가 자기 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잘 휩쓸려다니는 바보인지 너무 잘 보여주는 사례인거 같아서 쪽팔리다던데, 몇 년 후에 필자가 외국인 친구만나면 그런 이야길 해야될 판국이다ㅠㅠ 속이 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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