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ckchain 시리즈 – “ICO 없는 블록체인 기술 발전은 가능할까”라고?

“인공지능 회의론자”, “암호화폐 비관론자”

주변의 스타트업 관계자들에게서 듣는 평가다. 좀 심하게 말씀하시는 분들은 스타트업 업계에 투자금이 계속 유입되는 핵심 키워드 두 개가 인공지능과 암호화폐인데, 그 둘을 모두 “디스”하는 사람이 스타트업 한다는게 모순된 거 아니냐고 하셨다. 어쩌랴. 사기를 놓고 사기라 하지 않으면 혀에 가시가 돋을 것 같은데. 필자의 눈에 인공지능은 그동안 인류가 쌓아온 수학과 통계학에 빅데이터를 접목시킨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암호화폐는 탈중앙화된 서버 (Read 저렴한 서버)를 만드는 블록체인 시스템을 운영하는 암호체계에 불과하다.

 

ICO 없는 블록체인 기술 발전은 가능할까??? – 사기없는 기술 발전은 가능할까?

어느 변호사 분이 ICO 라는 인센티브 없이 블록체인 기술 발전은 불가능하다는 논조의 칼럼을 쓰셨더라. 블록체인, 비트코인 같은 단어만 나오면 겁을 먹고 이해가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그 변호사 분의 주장을 좀 더 쉬운 말로 바꿔쓰면 아래와 같다.

“인간의 성적 욕구를 자극하는 포르노라는 인센티브 없이 인터넷 확산은 불가능하다”

html 규격이 표준화되던 90년대 중후반에 곧 인터넷 세상이 올 것이다, 모든 지식을 다 담을 수 있다 등등의 표현으로 인터넷의 확산을 어느정도 확신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음란물을 보고 싶은 인간의 욕구 때문에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인터넷이 생활 곳곳에 침투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럼 음란물이 인터넷 확산을 빠르게 했으니 음란물 유포를 허용해야하나? 미국에서 박사 재학시절, 옆 학교의 어느 학생은 아동 포르노를 학교 인터넷으로 다운 받은 사실이 발각되어 학교에서 퇴학을 당했었다. 우리나라는 꼴에 유교국가라고 규제는 더 심하다. 심지어 성인이 음란물 웹페이지에 접속하는 것도 차단하고, 음란물 공유자(ex. 김본좌)도 처벌받는다.

ICO가 눈에 확 띄는 인센티브가 되는 이유는 이게 일종의 “사기”이기 때문이다. “탈중앙화”, “평등”같은 기치를 내건 블록체인 시스템의 운영도구인 코인을 정작 실생활용 화폐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 가치를 누군가 담보해주는 “중앙화” 시스템이 있어야하는데, 아무도 그 가치를 담보해주지 않는다. 참고로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화폐는 고대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는 금, 은 같은 귀금속으로 가치를 담보했고 (브레튼 우즈 체제 검색ㄱㄱ), 통화량 증대로 금본위를 포기하면서도 정부 보증이라는 시스템은 포기하지 않았다. 화폐를 마구 찍어내 하이퍼 인플레가 일어나는 나라들에서 보듯이, 가치가 담보되지 않는 화폐는 종이조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사기”가 있어야 발전하는 기술이라고 말하고나니 마음이 무겁다. 왜 몇명의 사기꾼 때문에 서버 구조를 뜯어고치겠다는 순수한 서버 개발자의 아이디어가 “사기”로 취급받아야 하나.

법의 수호자여야할 변호사라는 분이 (본의가 아니기는 했겠지만) “사기”를 조장하는 칼럼을 쓰시다니…

 

‘한국 축구’같은 블록체인 정책??? – ‘한국 개발자’들의 블록체인 이해 = 대박 코인

블록체인 규제하는 한국 정부의 정책이 “교각살우”라고 주장하는 칼럼도 봤다. 지금 한국 정부는 겉만 보고, 코인 버블만 보고 블록체인 산업을 규제하고 있단다. 이게 도덕성이 충만한 정부 관계자들이 지나치게 도덕성에만 집착해서 국가 경쟁력이 뒤쳐지는 걸 못 보고 있어서란다. 덕분에 우리나라는 암호화폐 강국에서 ICO 구걸신세로 전락했다는데, 솔직히 아연실색했다.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만나본 블록체인 관련 기업 관계자 분들 중에 “코인”말고 “네트워크”에 대한 이해를 가진 분은 아직까지 단 한 명도 못 봤다. ICO하겠다는 스타트업, 그 회사의 블록체인 개발자라는 사람부터, 대형 IT 기업에서 스카웃해간 블록체인 팀 고위직, 블록체인에 투자하겠다는 VC들, 심지어 코인 거래하는 거래소 관계자까지 수백명의 사람들을 만나봤지만, 정말 단 한 명도 볼 수 없었다. 그래놓고 “암호화폐 강국”이라고?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이, 블록체인 기반 코인이 실제 비지니스, 특히 대형화되는 비지니스에서 쓰이기 위해서는 거래를 처리하는 속도 (새로운 블록을 만들어내는 속도)를 개선해야하고, 그래서 모든 블록을 다 묶는 방식을 벗어나 블록 네트워크를 Clustering해 줄 수 있는 extended star network를 만들어내야한다. 수학 모르는 개발자들을 위해서 개발 용어를 쓰면, DB에 찍히는 데이터에 Label을 달 때, 처음에는 Int 타입으로 지정해도 되겠지만, 2진법 구조로 저장되는 데이터의 특성상 2^16개 이상의 Label을 써야하면 타입을 Long이나 Double로 바꿔줘야한다. MS Excel이 2003년 버젼까지만해도 65535라인 밖에 지원하지 않다가, 2007년 업그레이드부터 100만개 이상의 라인을 지원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블록체인에서는 1개의 초대형 Network가 그걸 다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여러개의 Network를 운영하면서도 동시에 1개의 네트워크와 같은 정보 보존을 지켜야한다는 점이 난제다.

저 위에 언급한 블록체인 관계자라는 사람들 중에 블록을 구성하는 알고리즘을 바꾸는 “혁신”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은 장담컨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당장 네트워크 구조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혁신”을 만들어 낼 수 있겠나? 마치 구구단도 못 외우는 아이에게 이차방정식도 아니고, 미적분을 해라고 요구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 “암호화폐 강국”이라고 타이틀을 붙이려면, Github에서 암호화폐 코드 카피해오는 3류 개발자말고, 네트워크 이론을 이해하고 블록체인의 난제들을 극복하고 있는 연구자가 많은 나라여야 하는 거 아닌가??? 보안 엉망진창인 거래소만 많고, 코인 거래하는 불나방만 많으면 암호화폐 강국인가???

코인이 없으면 블록체인을 할 인센티브가 없다, 코인 발행을 막으니 해외에까지가서 ICO를 해야할만큼 “구걸신세”로 전락했다고 불평하기 전에, 블록체인이 뭔지부터 이해라도 좀 하고 칼럼 글을 쓰셨으면 좋겠다. 이 상태로 계속 시간이 흐르면, 탈중앙화라는 “대의”는 온데간데 없이 코인이라는 “사기”만 사람들 머리 속에 남을 것이다.

 

BIS “암호화폐, 신뢰-효율성 한계 봉착할 것” – 외국 규제기관의 관점

국제은행연합회(BIS)가 지난주에 연례 Economic report를 내면서 전자 화폐 or 가상 화폐 or 암호 화폐에 대한 경고 메세지를 내놨다. 분산 네트워크의 구조상 Transaction을 처리하는 속도가 점점 느려질 수 밖에 없고, 결국 규모가 커질수록 사업성을 잃게되는 블록체인에 기반했다는 점, 그리고 최후대부자 (Lender of last resort)가 없는 화폐라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고 정리했다. “Ponzi scheme”, “Bubble” 이라는 표현이 나왔던데, 이건 경제학에서 네덜란드 튤립 버블같은 “사기”를 학문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BIS 보고서 내용이 더 궁금하신 분은 여기, 여기를 참조하시라.

얼마전 뉴욕에서 열린 블록체인 행사에 1만명에 가까운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몰렸다. 물론 대다수는 한국의 그 분들처럼 세상모르고 코인 이야기만 하는 사람들이었지만, 제대로 지각 있는 일부는 코인에는 별 관심이 없고, 블록체인의 “potential scaling issues”에 대해서 진지한 토론을 나눈 이야기를 들었다. 블록체인의 성패는 코인에 대한 사람들의 열광, 코인 가격의 안정성, 코인 거래소의 보안 강화, 코인 거래에 대한 정부 규제의 철폐, 혹은 ICO 플랫폼의 구축 같은 피상적인 이슈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 자체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을 정확하게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BIS에서 Head of Research를 맡고 계신 신현송 교수님께서 화폐가 가치를 가지는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언급하셨다.

“…money has value strictly because it’s used, whereas, people are only holding crypto for speculative purposes rather than actually using it…. Without users, it would simply be a worthless token. That’s true whether it’s a piece of paper with a face on it or a digital token.”

(참고로 신현송 교수님은 금융기관 발 금융위기를 연구하던 필자에게 아이돌 스타같은 존재다. 금융위기쪽 연구에 세계적인 석학이시기 때문이다.)

 

나가며 – 코인충 vs. 규제

지금까지 없던 사업을 해보겠다는 기업가 입장에서 정부 규제는 언제나 불안 요소다. 대부분은 회사를 망하게 할 수도 있을만큼 치명적이기도 하다. 빠르게 성장하던 카풀업체 Poolus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는 기사를 보면서, 택시 업계의 강력한 반발과 정부의 애매모호한 태도 (Read 암묵적인 택시 업계 지지)를 보면서, 한국에서 더 이상 우버 형식의 승차공유 스타트업이 나오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게 공유경제의 혁신인지, 택시업계에 대한 위협이었는지에 대해서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규제가 새로운 사업을 막는데 활용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익 다툼의 분쟁은 결국 어느 한 쪽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다른 쪽에게 배상의 의무를 지울 수 밖에 없다. 다만 어느 쪽의 가치에 손을 들어주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널드 코즈의 법경제학 교과서 한 줄 요약이다.

지난 몇 달간 국내의 블록체인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이 분들이 탈중앙화된 네트워크를 발전시키고 활용하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아니라, ICO를 해서 “한 탕 벌이”를 해보겠다는 “코인충”인 것 같아서 만남이 내내 불편했다. CTO 뽑겠다고 만나보는 짬있는 개발자들 상당수가 블록체인 해볼생각이 없냐고 물어서 우리회사 사업 모델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설명하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고, 코인찍는데 뭐하러 사업 이야기하냐고 되묻는 경우도 많다. 코인은 사업에서 나오는 이윤의 일부로 가치가 보증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 못한채 코인이라는 매개체만 보고 있다는 뜻이다. 그것도 CTO급 개발자들이. 이런 상황에서는 로널드 코즈가 직접와도 규제 쪽에 손을 들어주고 “코인충 Out”을 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태까지는 게임내 화폐를 구매하는 수단으로 코인을 쓰던 게임들이 (ex. 유나의 옷장, 이오스 등), 개념이 좀 잡혔는지 게임 플레이를 하면서 코인을 벌 수 있는 방식으로 게임을 만들겠다고 선언하더라. 심지어 게임 내 화폐를 아예 코인으로 대체하겠다는 기사도 봤는데, 이런 변화는 코인이 결국에는 게임 포인트의 대체재라는 걸 게임사들도 인지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전문가 양성하겠다는 정부 지원안을 봐도 통관, 부동산 거래, 온라인 투표, 물류, 전자문서 유통 등 진짜 사업에 적용하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더라. 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데서 나오는 부산물이라는 걸 인식한다는 뜻이겠지. 미스코리아 심사에 블록체인 도입한다길래 뭘할려나 봤더만 투표 용지 대신 전자 투표하는데 보안용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한단다. 블록이 뭔가 대단한게 아니라 정보 저장하는 가상 박스라는 개념을 이해하신듯.

글 첫머리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시킬 인센티브가 ICO말고 더 있냐고? 분산형 네트워크로 서버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시키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학계 연구자들, 서버 기술 개발자들에 대한 모욕 아닌가? 그 분들의 연구가 있어야 수십조가 들어가는 데이터 센터 건설비도 줄이고, 시스템 자원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 블록체인의 진정한 가치는 그런 네트워크의 혁신에 있다. 애시당초 사람들이 똑똑했으면, 블록체인이 뭔지 알았으면, 코인이 사기라는 걸 알았으면, 불나방처럼 실체없는 코인에 투자도 안 했을 것이고, 정부가 “쓸데없이”, “귀찮게” 규제를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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