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Data Science 를 가르치는 학부

그동안 공대에서 80년대 커리큘럼 수준, 수학&통계학 구멍이 숭숭 뚫린 수준의 AI대학원, Data Science 대학원을 운영하고 있는걸 보고 어이없어 했었는데, 이번에 대학원을 설립하며 여러 학교들의 정보를 찾아보다가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봤다.

서울대학교의 연합전공 학부 중에 계산과학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더라. (링크) 2009년부터 운영 중인 대학원도 있다.

 

서울대학교 연합전공 계산과학

(Source: 서울대학교 계산과학 연합전공 홈페이지)

(Scientific Computing, Computational Science 같은 단어를 나 혼자만 쓰는게 아니라는걸 확인할 수 있다.)

자세하게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는 내부 관계자가 아닌 관계로 모르겠지만, 일단 참여 교수진만 봤을 때는, 이건 무조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봐야겠더라.

일단, 자연대에서 관련 전공 하시는 교수님들이 다 모였다. 수학과에서 수치해석, 암호론 같은 주제를 다루는 교수님들, 물리학과에서 통계물리하시는 분들, 통계학과에서 계산통계, 시계열 같은 주제 다루시는 분들, 화학이나 생물에서 계산과학, BioStat 같은 주제 다루시는 분들이 리스트에 있더라. 더불어 지구환경 관련해서 기후 예측, 대기 오염 같은 주제에도 똑같은 수학&통계학이 쓰이는데, 이런 분들이 주력 교수진이신걸 보고, 뭐랄까,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내가 대학원 만들면서도 공대 쪽은 컴퓨터 그래픽스, BioInformatics 같은 몇몇 Math & Stat 도구를 써야하는 주제들 밖에 관계자가 안 보이던데, 이곳 서울대 계산과학 과정에도 공대 교수들은 리스트에 별로 없고, 그나마도 주제상 반드시 필요한 분들만 리스트에 올라와 있다. 당연히 이렇게 해야지. (공대 교수진 몇 명이 더 들어간 덕분에 프로그램 영어 명칭도 Computational Science “& Technology”가 됐을 것 같다.)

여기에 경제학과의 계량경제학 담당 교수진이 좀 더 추가되면 딱 내가 그리는 제대로 된 Data Science 대학원 교수진이 된다.

(Source: 서울대학교 계산과학 연합전공 홈페이지)

저렇게 훈련받은 인재들이 시장에 매년 몇 백명씩 10년 남짓만 진입해도, 지금처럼 공돌이 박사들이 “곧 인공지능 세상이 오는데 굳이 통계학을 왜 배워야하나” 같은 자폭 발언하는 사건이 안 나타나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솔까말 외국 생활 내내 아무도 모르는 학교 졸업했다고 괄시당하면서 우리학교 졸업한거에 한번도 자부심을 못 느꼈는데, 저 웹페이지보고 처음으로 느꼈다. 아무리 가짜들이 판을 쳐도 우리학교가 그래도 한국 최고 학부라고 중심을 잡아주는구나 ㅠㅠ

안타까운 사실은 저 전공이 겨우 1년에 30명 밖에 안 받아주는 연합 전공이라는 점이다. 교육부가 정원 제한을 빡빡하게 걸어놨을텐데 뭐, 달리 방법이 없었겠지. 수준 낮은 Data Science 석사 프로그램 정원을 빼서 계산과학 학부에 배정해주면 최소 1년에 100명씩 멀쩡하게 교육받은 학생들이 시장에 진입할텐데… 과 정원으로 교수들 사이 알력 싸움이 치열하겠지? 그래도 어느 학교처럼 머리띠에 “투쟁” 쓰고 팔뚝질 하진 않겠지만…

서울대에서 저렇게 제대로 된 연계전공으로 인력을 배출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괜찮은 학교들이, 인력만 갖출 수 있다면, 먼저 자기 학교 프로그램을 바꾸게 될 것이다. 몇 달전에 제보 받았던 어느 학교에 있는 요상한 데이터 사이언스 관련 융합전공들이 폐지, 재편되는건 아마 시간 문제이지 않을까? (정부 지원금 you such a villain…) 비슷한 프로그램을 그 학교보다 더 북쪽에 있는 다른 학교에서도 봤었는데, 거긴 심지어 경영학과(!?@)에 그런 융합전공 프로그램을 만들어놓은거 보고, 여기도 교수들끼리 알력싸움이 극심한 곳이구나는 생각을 했었다. 원하는 학생이 안 들어오고, 그 학생들이 제대로 취직을 못하니 결국에는 저런 “근본없는” 프로그램들이 없어지고, 살아남으려면 서울대 스타일로 제대로 된 프로그램으로 바뀌겠지.

 

Johns Hopkins의 Data Science 프로그램 교수진

Johns Hopkins라는 미국 어느 명문대의 Applied Math & Stat 전공 홈페이지에서 교수진들 리스트를 봤다. 여기가 Data Science 연계전공을 운영하는 곳이란다. 교수들 홈페이지들을 들어가보면 다들 Data Science 관련 주제들을 하고 있다는 걸 분명하게 밝히고 있기도 하다. 재밌는건, 여긴 전공이 Engineering인데도 나랑 수학의 도구적 방법론이 비슷한 교수들이 정말 많더라. (개발자들 용어로 기술 스택이 비슷하다고 그러던데, 우리는 그럼 수학 스택이 비슷하다고 그러면 되려나?)

(Source: Johns Hopkins Department of Applied Math & Stat)

어떻게 우리나라 공대랑 상황이 이렇게 다를까?

저 전공 이름이 Applied Math & Stat인걸 보면, 저기는 Pure Math, Pure Stat이 아니면 이미 Applied, Engineering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우리나라는 Engineering이 아니면 전부 다 Math, Stat이라고 구분하는 것 같다. (아니 Applied인 분들은 왕따가 되는게 더 자주 보이는 현상인듯.)

어쩌다가 우리나라의 Data Science 전공만 이상하게 수학 & 통계학 훈련도가 낮은 공대 교수진들이 장악하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위에서 본 Johns Hopkins의 Faculty라면 박사 전공이 Engineering이라는걸로 그동안 한국 공대 교수진들 무시하던 태도를 유지할 생각은 전혀 없다. 제대로 가르치는 분들이 모였다는게 딱 감이 오거든. 아니, 거꾸로 Respect를 드려야 될 것 같다. (Press “F”…)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 공대랑 미국 공대랑은 수학 & 통계학 훈련도라는 측면에서 굉장히 Orthogonal 한 것 같다.

이게 국내 (공학) 교육 수준의 현실인가?

 

서울대가 계산과학이라는 학부 전공을 만들고 제대로 된 학위 과정을 운영하게 된 걸 보면서, 우리나라가 좀 (많이) 늦기는해도 결국에는 Johns Hopkins 같은 미국 명문대를 따라갈 수는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언제는 빠른 적이 있었나?) 공대만 좀 제대로 교육시키고 있으면 정말 좋을텐데, 공대가 제대로 못하고 있더라도, 자연대 교수님들이 나라가 절망적으로 잘못 돌아가고 있는걸 그냥 맥놓고 보고 있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격할 따름이다.

1980년대, 1990년대에 경영학과가 상업고등학교 출신이나 배울만한 형편없는 교육 과정을 운영한 탓에 자기 과 세부전공인 Finance 박사 유학 가는걸 사실상 불가능으로 만들었었는데, 그래도 경제학과, 다른 자연계 전공 훈련을 받은 능력자들이 먼저 나섰고, 그걸 보고서는 경영학과에서 정신차리고 경제학 복수전공, 수학 & 통계학 복수전공한 똘똘이들이 따라가면서 잘못된 교육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비효용을 최소화 해 왔다.

아마도 똑같은 사건이 공대와 자연대 사이에서 앞으로 (최소한) 20년간 Data Science라는 전공을 놓고 벌어질 것이다.

왜 20년이냐고? 지금 No Math No Stat 공대 교수들 중 반성하고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 꼰대들이 싹 제거되려면 1세대 정도의 시간은 걸리지 않을까? 그 인간들이 그 실력에 Tenure를 갖고 있는데, 정년퇴임해야 짤릴꺼잖아? 어린 교수가 공부 좀 해라고 지적하면 재떨이나 던지고? 거기다 대기업들이 그런 노(老) 교수들한테 프로젝트 주면서 먹여살리고, IT대기업이라는 곳들에서는 그런 교수 밑에서 석, 박 공부한 애들을 (Read 프로젝트 열심히 해 준 애들을) 머신러닝 엔지니어라는 황당한 포지션으로 뽑고 있고.

향후 20년동안 국내 있으면서 제대로 된 AI, Data Science 대학원 교육을 받고 싶으면 이름만 그럴싸하게 달아놓은 공대 대학원이 아니라, 서울대 계산과학 대학원을 가거나, 좀 부족하더라도 여기를 거치시면 된다^^ 아니, 한국에 좀 제대로 된 교육을 하는 대학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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