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 비즈니스 모델과 언론사 수익 모델

데이터 사이언스로 사업하겠다더니 이제 드디어 K-쓴맛을 알게됐냐며 놀리는 친구들을 만난 적이 있다.

돈 버는 사업 모델을 다 만들어 놓고 AI/DS는 화룡점정처럼 살짝 얹는 거라고,

내가 가진 스킬로 한국에서 사업은 못한다고 조언해줬던 친구들의 지적인만큼,

고까운 마음 속에 한편으로는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 싶어서 공감을 표현하곤 한다.

 

몇몇 IT기업들의 과대 언론 포장에 넘어가서 저런 사업을 나도 하면 되겠구나~ 라고 생각했다가 결국은 다 손을 놨는데,

요즘 와서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대신 돈을 버는 방법은 좀 다른 구조를 찾는

수익 모델과 비즈니스 모델을 분리해서 접근하는데 더 초점을 맞추고 사업을 바라보는 중이다.

 

언론사인가 연구소인가?

내가 언론사를 몇 개 만들었다고 그러니까 저 친구들이 조중동 한경오 방송3사를 따라잡는 무모한 생각을 하는건 아니냐고 확인차묻더라.

당연하지. 그런 조직들 따라잡으려고 이런 도전하는건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저런 곳에서 나오는 보고서들을 좀 더 일반적인 틀에 맞춰서 뽑아내는게 내 관점이다.

 

하필이면 언론사 형태를 선택한 이유는, 저런 연구보고서 써 봐야 아무도 안 봐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아마 고생해서 연구보고서 쓰고 나면 언론사 기자들한테 로비를 해서 요약정리본을 기사로 내달라고 간청(?)을 해야 될 것이다.

그런다고 당장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그런 허접 보고서에 비싼 돈을 내고 사 주는 경우는 별로 없다.

당장 나도 돈을 내고 보고서를 본 적이 별로 없거든.

 

거기다 저런 연구보고서 쓸 수 있는 인력도 찾기 쉽지 않다.

박사 시절, 논문 지지리도 못 쓰던 애들이나 하던 업무라는 생각은 하지만,

그 지지리도 못 쓰던 애들도 세상에 나와보니까 엄청 귀한 인재더라고.

어휴 저런게… 싶지만, 자기들도 자존심이 있고, 세상은 극소수의 유능한 인재와 대부분의 무능한 인재로 돌아간다.

그들은 Scale을 노벨상 수상자에서 전국민으로 바꾸면 국평오인 세상에서 매우매우 유능한 인재 풀에 속한다.

 

말을 바꾸면, 나처럼 작은 조직에서 아무리 눈에 안 차는 보고서라도 그런 보고서를 써 낼 수 있는 인력 구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타협점이 ‘연구소 중에서 수준을 낮춘 곳’이 아니라 ‘언론사 중에서 수준 높은 보고서를 쓰는 곳’이 됐다.

 

Skin은 언론사, Core는 받아적기 연구소

자체 생산이 불가능한 인력들을 데리고 연구소를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타협점은 남들이 만들어 놓은 콘텐츠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풀어 쓰는 ‘받아적기 연구소’가 되는 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자체 콘텐츠가 1의 퀄리티면 받아적기 콘텐츠는 0.7 정도의 퀄리티를 만들어내자는거다.

물론 이것도 쉽지 않기 때문에 인력 채용이 만만치는 않은데, 그래도 자체 생산하는 연구 인력 뽑는 것보다는 쉽지 않을까?

 

내가 3류 연구소를 포장(?) 시킬 수 있는 껍데기로 잡은 것이 ‘언론사’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우리나라 언론사들 중에 ‘전문지’라는 곳들이라고 해 봐야 고급 분석 기사를 쓰는 곳이 없더라.

지금 우리 기자(?)들한테 쓰라고 하는 것들만 무사히 써도 충분히 경쟁자를 찾기 힘든 고급 기사가 된다.

가끔 듣는 이야기가 ‘앉아서 천리를 본다’는 표현인데, 대충 짐작에 럴 것 같아서 렇게 찾아 렇게 써라고 시키면

그런 이야기가 실제로 있어서 놀란다고 하더라.

그 정도면 한국 언론 시장에서 ‘전문지 코스프레’는 가능하겠지?

 

둘째, 트래픽을 모으는 콘텐츠 기관은 연구소가 아니라 언론사이기 때문이다.

사회 초년병 시절 증권사 리서치 팀들 보고서를 생각해보면, 대학원에서 쓰는 논문보다 훠~얼~씬 더 쉬운 글이지만,

그래도 그런 보고서들을 300명씩 읽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세종시 어느 국책 연구소에 가 있는 동기의 표현대로, “우리 연구는 전세계에 50명도 못 알아보는 거잖아”인 상황이고,

세상과 많이 타협해 ‘주식’ 관련 보고서를 내도 500명 봐주기 쉽지 않은 보고서들로 돈을 번다?

증권사들도 리서치 팀으로는 돈을 못 벌고, 기껏해야 Hedge fund들이 그 보고서들 보고 연락 와 주는걸 기다릴 뿐이다.

그나마 더 많은 인원에게 노출시키고 싶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블로그 아니면 언론사인데,

블로그를 6년간 운영해봤지만 이걸로 돈이 되진 않았다. 돈이 될 글을 쓰지도 않았네ㅋ

아무리 글로 돈 못 번다고 하지만 남은 옵션은 언론사더라.

 

셋째, 언론사는 B2C로 돈을 버는 기관이 아니라 B2B로 돈을 버는 기관이다.

어린 시절 신문 구독하던 것만 생각해서 언론을 B2C에 목숨거는 ‘기레기’ 조직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래서 국내 원탑인 C모 언론사 합격했다고 자랑하던 대학 시절 친구들을 봐도 (마치 이회창 옹처럼) ‘거기도 자랑할 수 있냐?’ 이런 태도로 쳐다 봤었다가

최근에서야 언론사는 B2C가 아니라 B2B로, 즉 기업들의 이익에 합치된 XYZ를 해 주고 돈을 버는 기관들이라는 걸 조금 새로운 시야로 보게 됐다.

물론 학창시절부터 H모 M모 경제지들이 지면 전체를 광고(성) 기사들로만 채워넣은 것들을 모르고 지나갔던 건 아니지만,

대장동이라는 키워드에 H모 언론사 기자와 3억이라는 입막음 금액 기사에서 보듯이,

커뮤니티들을 선동해서 내 사업을 괴롭히려 안간힘을 쓰던 몇몇 Troll들이 ‘입’을 이용해 날 괴롭히던 태도들에서도 느꼈듯이,

‘여론’을 이끄는 ‘언론’이 B2B 시장에서 큰 힘을 가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위의 3개를 묶어서, 인재가 없는 내 현실에 타협하고, 사업 모델을 내가 잘 하는 걸 고르고, 비즈니스 모델은 남들이 하는 형태라고 고른게

지금의 연구소+언론사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나는 연구소에 다닌다? 나는 언론사에 다닌다?

처음 언론사 이름을 정할 때, ‘XX일보’, ‘YY신문’, ‘ZZ뉴스’ 같은 이름을 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고,

실제로 인터넷 언론사로 등록할 때도 담당 공무원한테 ‘다른 부서에 잘못 전화하신거 아니죠?’라는 당황한 질문도 받아봤었다.

이건 아닌가는 생각을 여러번 하긴 했는데, 그래도 이게 맞다 싶더라.

 

어차피 C모 언론사 합격했다고 친구들 앞에서 자랑하러 나왔던 동기 같은 인재 풀을 끌어들일 생각도 없고,

그렇다고 증권사에서 리서치 리포트 내는 인원을 뽑고 싶은 생각도 없다.

굳이 따지자면 SIAI 들어오는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배운 AI/DS 지식과 각종 산업별 도메인을 결합하는 경험치를 쌓는 공간이 된다고 하면 맞을 것 같다.

 

IMD (International Management Development)라고 하는 스위스의 유명 MBA 과정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MBA는 안 알려져 있고, ‘국가경쟁력지수’를 1년에 1번씩 발표하는 곳으로만 알려져 있는데,

MBA를 1년 초단기 빡센 과정으로 매우 비싼 학비를 받고, 그것도 90명 남짓의 소수 정예만 받아 운영하는 곳이다.

스위스에 SIAI를 만들 때 그쪽 동료와 했던 합의 중 하나가 AI 분야에서 IMD와 비슷한 조직을 만들자는 거였는데,

딱히 같은 생각을 하고 국내에 연구소형 언론사를 만든건 아니지만, 내 사업 모델은 언제나 이런 구조인 것 같다 싶더라.

난 원래 이런 인간이었던 건가보다.

 

내 그림은 인터넷 뉴스 속에 섞여 있는 전문적인 보고서들을 찍어내는 곳이다.

그래서 여긴 연구소냐 언론사냐 물으면 ‘연구소’라고 대답하는게 맞는 것 같다.

단지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방식이 언론사의 껍데기를 썼을 뿐이니까.

 

SIAI 학생 하나가 시키는 기사(?)형 보고서를 쓰려고 몇 시간을 써도 헉헉거리다가 요즘은 좀 나아졌다고 그러던데,

괜찮으면 SIAI 학생들 전체에 확대해서 ‘장학금’ 형태로 운영해보고 싶다.

라고 생각하고 봤더니 IMD가 이미 각종 국가지수 연구보고서를 그렇게 MBA 학생들을 이용해서 쓰고 있더라ㅋ

 

어차피 내 눈에 ‘연구보고서’라는 인정 받을 수 있는 보고서, 혹은 그 이상의 연구를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학생들을 만들어 내려면

오랜 시간 교육에 투자해야 될 것이다. SIAI 기준 MSc AI/DS 마지막 1년차 과정 후반부나 되어야겠지.

반면, 언론사들 사이에 끼어들어가는 기사(?)형 보고서, IMD가 하고 있는 국가지수 보고서 정도는 우리 SIAI에서도 BSc/MBA 정도 레벨로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고 시킬려고 보니까 다들 무서운지 도망가더라ㅋㅋ

이게 그렇게 어려워 보이니? ^^

 

정작 지금 일하는 애들 대부분은 SIAI 재학생은 커녕 국내 대학에서 심지어 아직 학부도 졸업 안 한 애들이고,

잘 하는 애들은 학부 저학년들인 경우도 많은데, 그렇다고 학벌이 좋은 애들도 아니고…

 

이것도 재능일까? 아니면 한국 교육이 부실한 탓일까?

그냥 잘 읽고, 잘 이해하고, 잘 정리하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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